장군봉에 도착하자 백구를 대동한 어느 일가가 쉬고 있었는데
여기서 등산을 끝내고 하산을 하기로 마음 먹고 있던 우리는
먹을 것도 없고 점심 때는 되었는데,
무제봉 까지는 길도 좋고 왕복 50분이면 된다는 말씀에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이번에는 이들의 백구가 슬금슬금
길을 앞지르며 내려간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동물농장에 종종 등장하는 등산로 안내견들의 모습을 보았는데
백구가 우리의 안내견 노릇을 하려는 듯
계속 앞지르며 뒤를 돌아보곤 하는데
시간이 흐르자 견주의 백구 부르는 소리는 멀리서 이어지고
힘껏 소리쳐 반응도 해 드리면서
쫒는 시늉도 해보지만 반응없이 갈길만 가는데
때로는 발길 뒤처진 나를 기다려 주기까지 한다.
몇백 미터나 갔을까 주인의 목소리도 이제는 거의 들리지도 않아
신기하기는 하지만 걱정도 되고 해서 다시 되돌아 가기를 바라며
쫒아 보는데 그제서야 못내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오던길을 가주니 안도가 된다.
의도가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생각보다 먼 길, 슬슬 배도 고프고
얼마전 삔 발도 이날 처음 산행이라 무리가 갈까 염려되어
더 조심을 하자니 힘들고 답답하기만 하다.
다행히 옥녀봉에서 장군봉까지와는 달리 전망도 좋고
중간중간 이런저런 야생화들의 위로를 받으니 좀 살 것 같다.
이럴줄 알았으면 간식과 물도 넉넉히 가져올 것을
몇 번의 후회도 해 보지만 현실에 적응하는 것 만이 최선의 길!
힘들게 목적지에 도착,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하산을 하는데
팻말에 어느쪽 방향의 하산인지 또 헷갈리게 한다.
몇 글자면 많은 도움이 되련만 초행이라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느낌으로만 주차해둔 곳을 향해 하산을 하는데 길은 왜 또 끝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동네가 차츰 보이고 조금은 가파른 길을 내려오자
무제봉 초입에 잘 다듬어진 임도길이 아닌가!
얼마나 반갑던지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차로 올라갔으면 시간을 벌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차가 있는 곳 까지는 꽤 걸어야 하는 형편
한참을 지쳐 걷고 있는데 뒤에서 달려오는 승용차 한 데
무조건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차주도 주저함 없이 나의 마음을 무언중 읽으셨는지
차를 세워 주시고 우리차가 있는 곳까지 친절히 데려다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변변히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뚜렷한 S라인 임도와 맑은 하늘의 흰구름이 잘 조화를 이룬다.
드디어 나타나는 생각지도 않은 팔각정이 보인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풍경이 피로를 가시게 한다.
무제봉을 오르는 데크다.
무제봉의 안내 표지판
무제봉 까지는 930m, 그런데 이날은 왜 그렇게도 멀게 느껴졌던지
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우측의 장군봉이 보이고.
임도가 이렇게 잘 이어지고 있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들
참나무잎마름병에 넓은 면적의 산이 홍역을 치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황폐한 산에 드문드문 서 있던 소나무도 서로의 버팀목이 되지 못하니까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 같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옥녀봉을 거처 장군봉을 지나왔으니 꽤 먼 길이다.
여기서 우리는 발레기 마을을 향해 하산을 한 것 같다.
정상석이 3개, 왼쪽 광헤원산악회 400회 기념 정상석도 있다.
어느 묘지 주인의 배려인 듯
발레기교가 나오는데 맨 처음 여기에서 되돌아갔던 기억이 있는 다리
차가 있는 곳 까지는 여기서도 괘 걸어야 하는 지점이다.
피곤한 가운데도 넓게 펼쳐진 배추밭의 배추가 싱그럽게 느껴진다.
여기서 조금 더 걷다 차를 얻어 타는 행운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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